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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FIDIC 6탄 – 시공자 (Contractor) – 계속
  • 최수정 기자
  • 승인 2018.08.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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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5회에 이어 시공자 관련 규정을 계속 얘기하고자 한다.

4.7 Setting Out 현장 기준 설정 관련 조항이다. 발주자가 제공한 기준점에 따라 현장의 위치, 선형, 고저 등을 제대로 설정하는 책임은 시공자에게 있다. 그러나 발주자 제공 자료에 오류가 있는 경우, 그로 인한 시공자가 입을 피해에 대해서는 공기 연장 및 비용 보상이 허용된다. 단, 발주자 제공 자료의 정확성에 대해 시공자가 합리적으로 그 오류를 발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근래 들어 우리 업체들이 설계와 시공을 모두 하는 EPC Turn-Key 계약에 참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발주자 제공 자료의 오류에도 불구하고 시공자에게 어떤 보상도 없도록 하는 규정이 상당히 등장한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한 일화이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외국업체는 본사의 ISO 9000 인증과 별도로 싱가포르에서 자체적인 ISO 9000 인증을 받아야 건설 면허 등급이 유지되는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의 일이다. 당시 ISO 9000 인증기관은 CIDB (Construction Industry Development Board – 지금은 BCA로 통합 변경됨) 였는데, 이 사람들 가탈스럽기가 이를 데 없었다. ISO 9000 품질관리 요건 중 중요한 하나가 눈금교정(calibration)인데, 뜬금없이 현장 기준 설정을 하면서 정부가 설치해 놓은 기준점(benchmark)을 어떻게 calibration할 것인지 그에 대한 품질관리절차(Quality Procedure)를 내놓으라는 것이다. 싱가포르 사람들 까다롭기는 해도 또 일면 합리적이기는 하므로, 바로 논리적 설득 작업에 들어 갔다. 그러면서 펴놓은 것이 바로 이 조항이다. “봐라! 정부설정 기준점 오류는 결국 정부 책임인데… 그러면 싱가포르 정부는 bench mark calibration에 대한 quality procedure가 있느냐?” 대답은 없단다. 그래서 시공자도 이에 대한 품질관리절차는 안 만드는 것으로 합의하고 덮었다.

4.8 Safety Procedures/4.9 Quality Assurance 공사의 안전 및 품질관리는 전적으로 시공자 책임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품질계획서 및 확인서 등을 공사감독에게 제출하고 승인을 받았다 해도 시공자의 공사 품질에 대한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4.10 Site Data 발주자는 현장 관련 각종 자료를 시공자에게 입찰 전이나 또는 후에도 (정확하게는 입찰일 28일전인 Base Date 전후) 제공해야 하나, 그 해석(interpretation)은 시공자 책임이라는 얘기다. 이 조항은 바로 이후의 4.12조 Unforseeable Physical Conditions와 연관된다. 자료 해석의 책임을 시공자가 완벽하게 수행했다면, 예상 불가한 물리적 조건이 존재하는가? 실제로 주어진 입찰 준비 기간 (짧으면 1개월, 아주 길어봤자 6개월) 내에 모든 현장 관련 자료의 완벽한 해석이 가능한가? 현장 관련 자료의 해석은 시공자 책임이라는 조건이 관행적으로 유지돼 오기는 했으나, 위와 같은 문제로 인해 실제로는 발주자와 시공자 간에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표준계약조건은 가능한 한 이런 문제 소지를 최소화 하는 규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 문제를 FIDIC 4판까지는 시공자의 해석 책임을 “실행 가능한 한 – in so far as practicable”이라는 단서를 달아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그 단서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여서, 현재의 FIDIC Red/ Pink Book에서는 좀더 구체화하여 “to the extent which was practicable (taking account of cost and time)”으로 변경하였다. 이제 시공자는 시간과 비용 상 발주자 제공 현장 관련 자료의 해석이 불가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이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은 4.12조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발주자 제공 자료에 4계절 관찰을 요하는 환경영향평가서가 들어 있고 입찰 준비 기간은 3개월에 불과했다면, 시공자는 시간상 제약으로 해당 자료의 해석이 실행 가능한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상은 설계를 발주자가 제공하는 공사의 경우이고, 설계까지 시공자가 담당해야 하는 Design-Build, EPC/Turn-Key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자료의 해석뿐만 아니라 검증(verification) 책임까지 지도록 하는 조건이 많이 적용된다. 어떤 Design-Build 계약에서는 “No Reliance”라고 하는 조항을 두어 발주자 제공 자료에 절대 기대지 말라고 하기도 하고, “information only”라 하여 역시 제공된 자료에 대해 발주자의 책임이 없는 것으로 하기도 한다. 이는 설계부터 시공자가 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그렇게 터무니 없는 조건은 아니다.

4.11 Sufficiency of Accepted Contract Amount 낙찰된 계약액은 현장의 모든 요건을 고려하여 공사의 완공 및 하자보수에 충분한 금액임을 시공자가 인정하라는 얘기다. 당연해 보이는 얘기라 하여 그냥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거꾸로 1.1.4 Money and Payment의 정의 조항으로 가보기로 한다. 거기에는 계약액 관련 다음과 같이 두 개의 정의가 나온다.

  a) Accepted Contract Amount: 낙찰통보서에 공사의 완공과 하자보수 완료를 위한 것으로 수락된 금액

  b) Contract Price: 계약에 따라 조정되는 금액까지 포함하는 계약액

즉, a)는 최초 계약액이고, b)는 계약 기간 중 공사변경(variation) 또는 물량 재검측(re-measurement) 결과까지 반영하여 조정된 금액이다. 그러면 이렇게 계약액 관련 두 개의 정의를 만들어 놓은 이유는 뭘까? 필요가 있으니까 그랬겠지 그러면 그만인데, 굳이 예를 들어보자면 1) 공사 초기에 지급하는 선수금은 대개 계약액의 몇%로 표시하는데 이 때 계약액은 Accepted Contract Amount가 돼야 하며 2) 지체보상금도 대개 지연 1일당 계약액의 몇%로 표시하는데 이 때 계약액은 Contract Price가 돼야 한다.

이 조항 관련 시공자가 특별히 유념해야 할 점이 있다. 혹 물량명세서(BOQ)에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은 작업이 있다 해도; 그러한 작업이 여타 계약조건, 시방, 도면에 표시돼 있고 공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면, 시공자는 발주자로부터 추가 지불을 받지 않고 해당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흔히 BOQ에 표시돼 있는 작업이 아니라고 해서 무조건 발주자에게 추가 지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조항이 계약조건에 포함돼있으면 시공자의 추가지불 요구는 근거가 없다 하겠다.

다음 조항인 4.12 Unforseeable Physical Conditions는 현장에서 클레임 관련 아주 자주 거론되는 까다로운 조항이므로, 다음 회에 자세히 얘기하기로 한다.

 

송용민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자문위원

 

 

최수정 기자  sjchoi@ica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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