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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F I D I C> 4편 시공자(Contractor)
  • 데일리해외건설
  • 승인 2018.06.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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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다보니 벌써 네 번째 얘기로 들어간다. FIDIC은 기본적으로 1조: 일반규정 (General Provisions), 2조 발주자 (The Employer), 3조: 공사감독 (The Employer)에 이어; 4조: 시공자 (The Contractor)로 이어진다.

이제 시공자에 대한 얘기를 할 차례이고, 비록 여기에서는 1999년 판을 기준으로 한 FIDIC MDB Harmonized Version을 기준으로 풀어가기로는 했으나; 2017. 12월 개정판 내용 중 공사감독 관련 중요한 사항이 있어, 이를 먼저 얘기하고 시공자 관련 얘기로 넘어가려 한다.

건설계약에서 공사감독의 지위는 1) 발주자의 agent 지위이거나 2) 발주자와 시공자 간에서 독립적/중립적 지위로 구분될 수 있고; FIDIC에서는 4판까지는 2)의 규정을 하고 있었으나, 1999년 판에서는 1)의 규정으로 바뀌었다고 지난 얘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러나 2017년 개정판에서는 기본적으로는 1)의 규정을 따르나, 발주자와 시공자 간 이견이 있어 이를 합의로 이끌거나 아니면 공사감독 자신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에는 2)의 위치로 돌아가고 있다. 일견 합리적 개정으로도 볼 수 있겠으나, 1999년의 개정 이유가 “발주자에게 고용된 자가 현실적으로 발주자의 편에 서지 않고 어떻게 공정한 중립적/독립적인 존재가 될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의 해소에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2017년 개정판의 내용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4조: The Contractor (시공자)에 대한 얘기는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중요하므로, 조항별로 나누어 자세히 얘기해 보고자 한다.

4.1 Contractor’s General Obligation: FIDIC Red/Pink Book의 기저를 이루는 시공자의 의무는 발주자 측에서 제공한 설계(design)에 따라 공사를 완료하고 하자를 보수하는 일이다. 따라서 현장 운영의 책임(안전, 적합성 등)도 시공자에게 있다. 물론 설계에 대한 책임은 시공자가 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조항 첫머리에 “The Contractor shall design (to the extent specified in the Contract), …”라고 하여 시공자가 설계 의무까지 지게 한 이유는 뭘까? 이러한 시공자의 일부 설계 책임 규정이 등장한 것은 FIDIC 4판부터이다. FIDIC 3판까지는 시공자의 설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설계를 시공자가 수행해야 편리하고 효율적인 경우가 발생하면 (예: 발주자가 제공한 건축설계에 맞춰 일부 기계/전기 – M&E – 설계는 buildability(新造語)를 고려하여 시공자 수행), 특별 조건 (Particular Conditions)에서 이를 위해 장황한 규정을 따로 하지 않는 한 상황 대처가 어려웠다. JCT의 경우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CDPS (Contractor’s Designed Portion Supplement)라는 부록 규정을 운영해왔고, FIDIC도 4판부터는 일반조건(General Conditions)에 이러한 상황 대처를 위한 규정을 포함하게 되었다.

4.2 Performance Security 우리가 흔히 P-Bond라고 부르는 이행보증 관련 조항이다. 해외건설업에 종사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귀가 따갑게 들어보고 또 때로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골칫거리 얘기다. 그런데 우리는 왜 “보증서”를 P-Bond, AP-Bond 등처럼 “Bond”라고 불러 왔을까? 그 이유는 우리 건설업계가 처음 접해 본 미국식 계약에서 bond라는 용어를 쓰고 있고, 또 영국에서 유래한 ICE, JCT 계약의 경우에도 bond라는 용어를 쓰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Bond란 일반적으로 채권, 증권 등을 칭하기도 하지만, 보증채무계약서라는 뜻도 있다. 지금도 통상적으로 국제 건설 계약에서 요구되는 보증서로는 다음의 두 종류가 있다.

① Surety Bond: 주로 미국식 계약에서 요구되며, 보증보험 회사 성격인 surety company에서 발급한다. 보증 내용은 시공자의 계약의무 불이행으로 공사 완공이 어려운 경우 보증자(surety company)가 제3자를 고용하거나 혹은 자신이 직접 공사를 완료시키는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며, 그도 안되면 해당 발주자 손해액을 금전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보증금액(penal sum)은 통상적으로 계약액의 100%에 이른다. (공사 전체를 완료해야 하므로)

② Unconditional, On-demand Bank Letter of Guarantee: 미국식 계약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건설 계약에서 요구되는 것으로, 발주자가 수락할 수 있는 신용을 가진 은행에서 발급한다. 보증 내용은 시공자의 계약의무 불이행으로 발주자에게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발주자가 요구하면 무조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 unconditional, 요구 받는 즉시 – on-demand – 요구 받은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발주자에게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보증금액은 통상적으로 계약액의 5~10%이다. 그러면 왜 앞의 surety bond처럼 100%로 하지 않고 5~10%로 할까? 그 이유는 공사 계약 기간 중 특정 시점에 시공자의 의무 불이행이 발생하는 경우 발주자의 해당 손실을 현금으로 따지면 계약액의 5~10%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산하는데 있다. 만일 은행에서 발주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후 실제 발주자의 손실을 따져보니 손실액이 발주자에게 지급된 보증액보다 적으면 그 초과 금액은 발주자가 시공자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분쟁 조정 및 판결의 내용이다. 또 한가지 흔히 착각할 수 있는 것이 얼핏 보아 100% surety bond 수수료가 10% Bank L/G 수수료보다 열 배로 비쌀 것처럼 보이나, 실은 시공자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대체로 양자의 수수료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미국계 은행에서는 letter of guarantee 발급이 법으로 금지돼 있어 대신 stand-by letter of credit 형태로 발급하나, 그 내용은 letter of guarantee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와 같은 bond와 bank letter of guarantee가 갖는 서로 다른 의미가 주는 혼동을 막기 위해 FIDIC 신판에서는 performance bond라는 용어 대신 performance security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문제는 우리 건설업체가 surety bond로 이행보증을 요구 받는 경우 대부분의 surety company가 미국에 있고 또 p-bond를 발급함에 있어 담보가 필요한 것이 아니고 공사 실적을 위주로 한 신용상태 평가에 의한 보증 발급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보증 발급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우리 건설업체의 미국 건설시장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p-bond 규정이 미국 사람들의 합리성을 보여주는 일면이 되기도 한다. 예전 1970~80년대의 중동 건설 붐이 있을 때, 미국의 US Army Corps of Engineers (COE)나, Bechtel, Parsons같은 민간 대형 건설업체들이 Saudi Arabia 정부 발주 공사에서 project manager나 construction manager 역할을 맡아 공사의 발주 및 계약관리를 대행하는 일이 많았다. 이때 계약조건은 자기들이 익숙한 미국식 조건을 그대로 들고 와서 써먹었다. 그러면서도 p-bond와 관련해서는 1) 100% surety bond 또는 2) 10% bank L/G 중 택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시공자에게 주었다. 자! 이만하면 surety bond를 내기 어려운 다른 나라 업체에게도 공사 참여 기회를 주는 합리성을 보여주지 않았는가? 덕분에 그러한 공사에 많은 한국 건설업체가 참여하여 때로는 돈을 벌기도 하고 때로는 밑져서 헤매기도 했다. 이제 옛날 얘기는 각설하고…

현실 문제로 돌아와 보자! 현실적 문제는 대부분의 발주자가 이행보증으로 Unconditional/On-demand Bank L/G를 요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 “무조건적, 요구 즉시”라는 조건 때문에 시공자는 항상 발주자의 부당한 보증 몰수 (흔히 bond call이라고 부름) 위험에 노출돼왔고 또 그러한 사례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왔다. 그때마다 시공자는 1차적으로 해당 계약 준거법에 따른 가처분신청(injunction)으로 bond call을 막고 이어서 분쟁조정(arbitration) 절차로 들어가는 길밖에 없다. 법원에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일단 보증은 뜯기고 보증 발급 은행에 돈을 물어준 후 발주자와 기나긴 싸움이 일어난다. FIDIC 신판(1999 version)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계약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규정을 추가하였다.

The Employer shall not make a claim under the Performance Security, except for amounts to which the Employer is entitled under the Contract.

The Employer shall indemnify and hold the Contractor harmless against and from all damages, losses and expenses (including legal fees and expenses) resulting from a claim under the Performance Security to the extent to which the Employer was not entitled to make the claim.

즉, 발주자가 부당하게 bond call을 한 경우에는, 이와 관련 시공자가 입은 모든 손실을 발주자가 시공자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위 규정으로 인해, 발주자는 부당하게 bond call을 할 수 없고 부당한 bond call의 경우에는 시공자에게 해당 손실을 배상해야 하게 되었다.

이제 건설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 해보고 싶어하는 “현장소장” (4.3조 Contractor’s Representative)에 대한 얘기를 다음 회에서 해보려고 한다.

 

송용민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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