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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F I D I C> 3편 공사감독(Engineer)
  • 데일리해외건설
  • 승인 2018.05.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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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DIC이 과거에는 10년 주기로 개정판을 발간해오다, 1999년판 이후로는 한참 뜸을 들였다. 그러다 2017년 12월에서야 1999년판을 기준으로 한 개정판을 발급했다. 우스개 소리 중에 “그래도 낡은 것이 새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계약조건도 이와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 새것이 나오면 왠지 낯설고 불안해서 선뜻 가까이 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MDB(Multi-lateral Development Banks: WB, ADB 등등)도 2005년에 가서야 FIDIC 1999년 판을 그들의 표준 계약으로 채택했다. 즉, 5~6년간은 옛 배우자인 FIDIC 4판을 그대로 끼고 살았었다. 그래서 이번 연재에서는 아직 MDB가 표준으로 하고 있는 FIDIC 1999년판과 비교해서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이어질 얘기는 “공사감독(Engineer) – FIDIC 3조”에 관한 내용이다.

건설계약에서 공사감독(Engineer, FIDIC 이외 형태의 계약에서는 Architect, Superintendent, Supervising Officer 등으로 칭하기도 함)은 여타 분야의 계약에서와는 달리 아주 독특한 지위를 갖는다. FIDIC Red/Pink Book에 의한 계약 당사자 구도를 보면 아래와 같다.

우선 발주자(Employer)와 원청자(General Contractor) 간에 원청 계약이 체결되고, 원청자와 하청자(Sub-contractors) 간에는 하청 계약이 체결된다. 주목할 점은 공사감독(Engineer)이 원청 계약에 중요한 역할을 갖고 등장하지만, 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얘기를 계속한다.

공사감독이 현장에서 통상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건설인이라면 다 아는 얘기다. 그런데 계약적으로 조금 들어가면 얘깃거리가 있다. 우선 3.1 Engineer’s Duties and Authority 조항 중 다음 구절을 좀 보자!

Except as otherwise stated in these Conditions:

(a) whenever carrying out duties or exercising authority, specified in or implied by the Contract, the Engineer shall be deemed to act for the Employer;

얘긴즉슨 “공사감독은 발주자를 위해 일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라는 것인데, 지극히 당연한 얘기 아닌가? 뭐가 이상한가? 궁금증을 풀려면 FIDIC 4판의 2.6조항 “Engineer to Act Impartially”와 비교해봐야 한다. FIDIC 4판에서는 공사감독은 발주자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니요 시공자를 위해 일하는 것도 아닌 중립적(impartial)이고 독립적(independent) 지위를 가지나,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FIDIC 신판의 경우에는 공사감독의 지위가 발주자의 대리인(agent)이 된다. 아직도 ICE, JCT 등의 계약조건에서는 공사감독에게 중립적/독립적 지위를 주고 있고, IChemE 같은 경우에는 아예 공사감독을 발주자의 agent라고 선언하고 있다. 각각의 표준 계약 별로 공사감독의 지위에 대해서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 공사감독의 지위가 달라진다 하여 계약에 무슨 일이 일어나나? 공사감독의 과오나 태만 또는 월권 행위로 인해 시공자가 피해를 본 경우를 들어보자! 시공자는 자신과 계약 관계가 없는 공사감독에 대해 계약에 따라 피해보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일단은 시공자와 공사감독은 계약 관계가 없으므로, 계약을 근거로 시공자가 공사감독에게 피해보상 청구를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① 공사감독이 발주자의 대리인 지위에 있는 경우; 공사감독의 행위는 발주자의 행위로 간주되므로, 시공자와 계약 관계가 성립하는 발주자를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 한다.

② 공사감독이 중립적/독립적 지위에 있는 경우; 계약 상으로는 발주자나 공사감독을 상대로 다툴 근거가 없다. 따라서 공사감독의 행위가 계약의 준거법에서 불법행위(tort)로 간주될 수 있으면, 법에 호소한다. (소송 등)

FIDIC에는 없지만, 다른 표준계약을 읽다 보면 종종 “tort”라는 말이 나온다. 주로 손해 배상 규정에서 계약의 위반(breach of contract) 또는 계약 외의 불법행위(tort)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하면서 나온다. “TORT”는 영미법 개념으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말이다. 참고로 그 정의는 아래와 같다.

TORT: a private or civil wrong or injury resulting from a breach of a legal duty that exists by virtue of society’s expectations regarding inter-personal conduct, rather than by contract or other private relationship. (from Barron’s Law Dictionary)

다음으로 공사감독 관련 유의해야 할 점은 감독의 지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FIDIC은 3.3 Instructions of the Engineer조항에서 관련 규정을 하고 있다.

공사감독이 계약에 따라 공사 수행과 하자 보수에 필요한 지시를 내리면, 시공자는 이를 따라야 한다. 공사감독의 지시는 서면으로 해야 한다. 구두 지시인 경우에는 시공자가 2일 내에 서면으로 확인 요청을 해야 하며, 공사감독이 시공자의 서면 확인 요청 후 2일 내 응대하지 않으면 시공자의 서면 확인 요청이 그대로 공사감독의 지시로 확정된다. 중요한 것은 공사감독의 지시가 대개는 공사변경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물론 공사감독의 지시가 있다 해서 모든 경우에 공사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JCT의 경우에는 공사감독의 지시를 1) 공사변경을 초래하는 것이면 “instruction”, 2) 공사변경을 초래하지 않는 것이면 “direction”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끔 불합리한 공사감독은 공사변경을 초래하는 내용의 지시를 내리면서도 그 지시의 명칭을 instruction이 아닌 direction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그 때부터 공사감독과 시공자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여하튼 불합리한 공사감독을 만나면 시공자가 고생한다. 변학도 만난 성춘향이 돼버린다. 특히 구미 엔지니어링 업체에서 퇴직한 자가 계약직으로 개발도상국 소재 현장의 공사감독으로 고용되는 경우, 가진 수법을 다 동원해 시공자를 쥐어 짜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우리 건설업체들도 전에 중동에서 그런 양반들한테 많이 당했다. 정말로 변학도만도 못한 사람도 많았다.

 

송용민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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