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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히는 F I D I C> 1편 정의(Definitions)
  • 데일리해외건설
  • 승인 2018.03.28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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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에서 해외사업 쪽에 몸을 담아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FIDIC(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s Ingénieurs-Conseils)이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계약을 담당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친숙한 말이 될 테고, 심지어 그런 사람 중에 어떤 이는 FIDIC을 마치 해외건설 계약의 경전처럼 떠받들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FIDIC 관련해서는 수많은 강좌도 있고, 한글 해석서도 많이 발간돼 있다. 그리고 마치 FIDIC을 모르면 해외건설을 할 수 없는 양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해외사업 수행에 있어 꼭 필요한 이런 계약조건을 대부분 읽기 싫어한다. 왜? 우선은 꼬부랑말로 돼 있고, 또 읽어도 무슨 말인지 선뜻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서는 FIDIC은 ICE에서 유래했으며, 조항 별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의 딱딱한 내용이 아니라 그 뒤에 숨어 있는 말랑말랑한 얘기를 섞어 가급적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FIDIC을 풀어보고자 한다.

각설하고(이 말은 예전 이야기꾼이 말 바꿀 때 자주 하던 말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해보자!

FIDIC도 그렇지만 JCT, AIA 등 대부분의 표준계약조건 첫머리는 그 계약에 적용될 용어의 정의(definition)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FIDIC 1조의 첫머리 역시 1.1 정의(Definitions)부터 시작한다. 딸애에게서 들은 얘긴데, 문과(文科) 출신 학생과 이과(理科) 출신 학생을 구별하려면 간단히 “정의”를 영어로 무어라 하는지 물어보면 된단다. 문과 출신은 “justice”라 답하고 이과 출신은 “definition”이라 답한다는데 나 개인적으로는 한번도 그런 질문 해본 적 없다. 이 얘기는 이미 널리 퍼진 얘기로 아는데, 혹시 최초 작성자가 또 판권 침해 배상 요구해오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런데 이 정의 중에 눈에 띄는 것은 발주자(Employer), 시공자(Contractor) 등의 대부분 정의가 문장 중에 쓰이면서도 첫 자를 대문자로 쓰고 있는 점이다. 중학교 들어가서 처음 영문법 배울 때 단어 첫 자를 대문자로 쓰는 경우는 1) 문장의 처음이거나, 2) 고유명사인 경우이다. 그런데 계약에서는 도대체 왜 이런 문법을 무시할까? 잠깐 건너 뛰어 6.2조로 가보자!

Rates of Wages and

Conditions of Labour

The Contractor shall pay rates of wages, and observe conditions of labour, which are not lower than those established for the trade or industry where the work is carried out. If no established rates or conditions are applicable, the Contractor shall pay rates of wages and observe conditions which are not lower than the general level of wages and conditions observed locally by employers whose trade or industry is similar to that of the Contractor.

여기에서는 Employer라 쓰지 않고 그냥 employer라고 썼다. 그러면 똑 같은 단어인데 의미가 달라지나? 그렇다. 분명 달리 썼을 때는 다른 이유가 있다. 그냥 “employer”라고 쓰면 일반적 의미의 고용주, 즉 건설인력을 고용한 시공자가 된다. 그러나 첫 자를 대문자로 하여 “Employer”라고 쓰면 이 계약의 주 대상인 프로젝트의 발주자가 된다. (해당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시공자를 고용한 주체라는 의미) 마치 일반명사를 고유명사처럼 쓰는 셈이다.

이렇게 일반명사를 고유명사처럼 쓰는 이유는 비록 표준계약조건 자체는 여러 프로젝트에 쓸 수 있지만, 프로젝트 자체는 그 하나 하나가 모두 고유하다는 데 있다. 해외공사는 각각이 하나의 프로젝트인데 결코 똑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이는 미국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의 “project”에 대한 정의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A project is a temporary endeavor undertaken to create a unique product or service.”

여기에서 “temporary”란 확정적인 시작과 끝이 있음을 말하고 “unique”란 판별 가능한 방법으로 여타 유사 제품이나 용역과 구별될 수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프로젝트란 고유한 것이며 그 어느 것도 같은 것이 없다.

또 하나 정의 조항에서 혼란스러운 것이 “paragraph 1.1.5 Works and Goods”의 정의다. 도대체 우리말로는 똑 같이 장비로 해석될 수 있는 “plant”와 “equipment”는 무엇이 다른가? 또 일반적으로 재화나 자재로 해석할 수 있는 “goods”와 “materials”는 무슨 차이가 있는가?

각각의 표준계약조건마다 그 정의가 다르기는 하지만 FIDIC을 기준으로 볼 때는 그 구분은 해당 품목이 궁극적으로 공사 완료되면 발주자의 점유와 사용을 위해 인도돼야 할 목적물(본 공사: permanent works)에 투입돼 그 일부를 이루는 것인가 아니면 그 외로 공사 수행을 위해 투입되었으나 공사 완료 후에는 수거 또는 철거해야 하는 것(가설 공사: temporary works)인가에 있다.

 

글로 쓰여있을 때는 헷갈리던 것도 이렇게 그림으로 그려놔 보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 것 같기도 하다. 이쯤 되면 다들 이해했다 할 텐데, 그럼 막상 해외 현장에 들어갔다 치고 한 번 얘기해 보자!

현장에서 레미콘을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는 흔히 현장에서 직접 모래, 자갈, 시멘트를 비벼 콘크리트를 만들어 쓰는 배째라플랜트(batcher plant)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 플랜트는 “Plant”인가 “Equipment”인가? 또, 건축공사에서 붙박이 가구 등을 시공자가 설치 제공하는 경우, 그런 것들을 ff&e(furniture, furnishing and equipment)라고 종종 부른다. 그럼 이 ff&e는 “Plant”인가 “Equipment”인가? 이 질문에 정답을 댈 수 있으면, FIDIC 정의 조항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송용민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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